플라톤(Πλάτων), 박종현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 플라톤(Πλάτων), 박종현(역주), <소크라테스의 변론>,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서광사, 2015.

아테네인 여러분! ··· 많은 거짓말 가운데서도 이들에게서 제가 제일 놀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제가 언변에 능숙하니까 저한테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여러분께서는 조심하셔야만 한다고 한 것입니다. ··· 여러분께선 이들의 경우처럼 미사여구의 연설도, 정연한 연설도 저한테서는 듣지 못하시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낱말들로 되는 대로 말하게 되는 걸 들으시게 될 겁니다. – 17C

소크라테스라는 한 현자가 ··· 한결 약한(못한) 주장을 더 강한(나은) 주장으로 만드는 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 이 소문을 퍼뜨린 이 사람들이야말로 저의 무서운 고발인들입니다. ··· 자신들이 설득된 나머지 남들을 또한 설득하게 된 사람들, 이들 모두가 가장 다루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 18C

아테네인 여러분! 아울러 여러분께서 오랜 기간에 걸쳐 갖게 된 이 선입관을 저는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여러분한테서 제거해야만 합니다. – 19A

그 사람들은 아마도 인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떤 지혜에 있어서 지혜로울 것입니다. 달리는 제가 그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가 없군요. 그야 물론 저야말로 그걸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누구든 제가 그걸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또한 저에 대한 비방의 의도를 갖고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20E

여러분께 진실을 말씀드리기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 시인들 ···은 자기들이 짓는 시들의 지혜에 의해 짓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질에 의해서 그리고, 마치 예언자들이나 신탁의 대답을 들려주는 사람들처럼, 영감을 얻은 상태에서 짓게 되는 것이라는 걸 말씀입니다. 이들 또한 많은 아름다운 것을 말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니까요. ··· 이들이 시작(詩作)으로 인해서 자신들이 ··· 가장 현명한 사람들인 줄로 스스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22C

바로 이 캐물음으로 말미암아 저에 대한 많은 증오심이 생겼는데, ··· 이로 해서 많은 비방이 생겼으며, 또한 이 현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도 된 것입니다. ··· 신은 ··· 저를 본보기로 삼느라 저의 이름을 이용한 것 같아 보입니다. 마치 “인간들이여! 그대들 중에서는 이 사람이, 즉 누구든 소크라테스처럼, 지혜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진실로 전혀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가 가장 지혜로운 자이니라”라고 말하려 한 것처럼 말씀입니다. – 23A

캐물음을 당한 사람들은 ··· 소크라테스라는 자는 지극히 혐오스런 자이며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 무슨 짓을 하고 무엇을 가르치기에 그러한지 묻기라도 하면, 이들은 아무런 할말도 없으며 아는 바도 없습니다. ··· 이에 힘입어 멜레토스도 아니토스와 리콘도 저를 공격하게 된 것입니다. 멜레토스는 시인들을 대신해서 분개하는 마음에서지만, 아니토스는 장인들과 정치인들을 대신해서고, 리콘은 변론가들을 대신해서죠. – 23D

진술서를 또 한번 검토해 봅시다. ···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영적인 것들을 믿음으로써 죄를 범하고 있다고 합니다. – 24C

어떤 사람이 어디든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잡게 되거나 또는 지휘관에 의해 위치를 정해 받게 된다면, 제 생각으로는, 이곳에 머물면서 위험을 무릅써야만 합니다. 죽음도 또는 그 밖의 어떤 것도 수치스러움에 앞서 고려하는 일은 전혀 없이 말씀입니다. ··· 신이 저로 하여금 지혜를 사랑하며 또한 저 자신과 남들을 캐물어 들어가면서 살아야만 한다고 신이 지시하였는데, 이 마당에 제가 죽음이나 또는 그 밖의 어떤 것이든 이를 두려워하여, 제 자리를 뜬다면, 저는 무서운 짓들을 한 셈이 될 것입니다. ··· 아무도 죽음을 모르며, 그것이 인간에게 좋은 모든 것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것인지조차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나쁜 것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이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 28D

저는 여러분을 반기며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보다는 오히려 신께 복종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리고 할 수 있는 동안까지는, 지혜를 사랑하는 것도, 여러분께 충고를 하는 것도, 그리고 언제고 여러분 가운데 누구든 만나게 되는 사람한테 이 점을 지적하는 것도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늘 해 오던 투로 말씀입니다. ··· 지혜와 힘으로 가장 이름난 나라인 아테네의 시민이면서, 그대에게 재물은 최대한으로 많아지도록 마음 쓰면서, 또한 명성과 명예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슬기와 진리에 대해서는 그리고 자신의 혼이 최대한 훌륭해지도록 하는 데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까? – 29D

제가 돌아다니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여러분께서 젊은이들이든 나이 든 분들이든 간에, 자신들의 혼이 최선의 상태가 되도록 혼에 대해서 마음 쓰는 것에 앞서 또는 그만큼 열성적으로 몸에 대해서도 재물에 대해서도 마음 쓰는 일이 없도록 설득하는 일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물로 해서 사람으로서의 훌륭함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훌륭함으로 해서 재물도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도,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사람들을 위해 좋은 것들로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요. – 30B

제가 말씀드리는 것들에 대해서 소동을 일으키지 마시고 들어 주십시오. ··· 멜레토스도 아니토스도 전혀 저를 해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결 나은 사람이 한결 못한 사람에 의해서 해를 입는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사형에 처하거나 추방하거나 또는 시민권을 박탈을 하는 것도 어쩌면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들을 아마도 이 사람이나 어쩌면 다른 누군가도 크게 나쁜 것들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 30D

덩치가 크고 혈통이 좋긴 하나, 덩치 때문에 굼뜬 편이어서 일종의 등에에 의한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는 말처럼, ··· 신이 저를 이 나라에 붙여 놓게 된 것으로 제겐 생각됩니다. 온종일 어디에고 여러분 개개인에게 달라붙어서는 여러분을 일깨우고 설득하며 나무라기를 결코 그만두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서 말씀입니다. – 31A

만약에 제가 과연 젊은이들 가운데서 일부분을 타락시키고 있으며 또 일부분은 이미 타락시켰다면, 이들 중의 일부분은 나이를 더 먹게 된 터라, 젊었을 적의 자기들한테 제가 나쁜 걸 조언해 준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이들이 등단하여 저를 고발하고 보복을 해야만 할 게 분명하겠기 때문입니다. – 33D

저에게 사형 투표를 한 분들한테 ··· 이 말 또한 해 두겠습니다. ··· 여러분은 제가 ··· 여러분을 설득할 수도 있었을 말이 부족해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된 것으로 저를 생각하시겠죠.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부족해서 제가 유죄 판결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나 실은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뻔뻔스러움과 몰염치가 부족해서며, 또한 여러분이 듣기에 가장 좋을 그런 것들을 여러분한테 말하고 싶어하는 열의가 부족해서입니다. 제가 통곡을 하며 탄식한다든가 또는 그 밖의 것들로서, 제가 말하듯, 저답지도 않은 여러 가지 짓거리와 말을 하고자 하는 열의가 부족해서입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여러분께서 다른 사람들한테서 듣는 데 익숙해져 있기도 한 것들이죠. 그러나 저는 그때에도 위험 때문에 자유인답지 못한 어떤 짓도 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변론한 것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는커녕 오히려 저는 그렇게 하고서 사느니보다는 이런 식으로 변론하고서 죽는 쪽을 택합니다. – 38E

죽음을 피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비천함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죽음보다도 더 빨리 내닫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지금은 굼뜨고 늙어서 한결 굼뜬 것한테 붙잡혔지만, 저의 고소인들은 영리하고 민첩한 탓으로 한결 잽싼 것, 즉 못됨한테 붙들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여러분에 의해 죽음의 판결을 받고 떠납니다만, 저들은 진리에 의하여 사악과 불의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처벌에 따를 것이고, 저들은 저들의 것에 따를 것입니다. – 39B

제게 익숙한 그 영적인 것의 예언은 언제고 이전에는 아주 자주 그리고, 제가 무엇인가를 잘못 할 것 같기만 하면, 아주 사소한 일들의 경우에 있어서조차도, 반대를 하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 그 신의 알림은 제가 이른 새벽에 집에서 나섰을 때에도 반대를 하지 않았으며, 제가 여기 법정에 섰을 그때에도, 그리고 제가 진술을 하는 중의 어느 대목에서도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저에게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 40B

재판관 여러분! 여러분 또한 죽음에 대해서는 희망차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한 가지는 진실이라고 생각해야만 하고요. 즉 선량한 사람에게는, 그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간에 그 어떤 나쁜 일도 없으며, 또한 이 사람의 일들을 신들이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말입니다. 지금의 제게 닥친 일들은 저절로 생긴 건 아니지만, ··· 죽어서 골칫거리들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제게는 더 잘된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그 알림도 저를 전혀 말리지 않았으며, 저 또한 제게 유죄 판결을 내린 내린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저의 고소인들에 대해서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저들이 이런 의도로 제게 유죄 판결을 하고 저를 고소한 것이 아니라, 해치려는 생각을 하고서 그러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들로서는 이 점은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이만큼은 부탁해 둡니다. 저의 아들들이 성년이 되고 나서, 여러분, 만일에 그들이 훌륭한 상태에 대해서보다도 재물이나 그 밖의 것에 대해서 먼저 마음을 쓰는 것으로 여러분한테 여겨진다면, 제가 여러분을 괴롭혔던 것과 똑같은 짓으로 괴롭힘으로써 응징을 하십시오. 또한 만일에 그들이 아무 것도 아니면서 무엇이나 되는 듯이 생각한다면, 제가 여러분에게 비난을 했던 것과 똑같이, 이들에게 비난을 하십시오. 이들이 마음써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 않으며,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무엇이나 되는 듯이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여러분께서 이를 이행해 주신다면, 저 자신도 저의 아들들도 여러분한테서 올바른 대접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날 시간입니다. 저에게는 죽으러, 여러분한테는 살아가려 떠날 시간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 편이 더 나은 똑으로 가게 될지는, 신을 빼고는 모두에게 불명한 일입니다. – 41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