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전영애·최민숙 옮김,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 민음사, 2009.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인생 중 많은 시간을 이탈리아어로 된 여행기를 쓰는 데 바치셨으며, 그것의 필사와 편집을 손수 한 권 한 권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완성해 나가셨다. – 20
아버지는 라틴 작가들의 책을 아름다운 네덜란드판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보기에 들죽날쭉하지 않도록 전부 4절 크기로 마련했던 것이었다. 고대 미술품에 관한 책과 품위 있는 법률서가 많았다. 최상의 이탈리아 시인들이 빠지지 않았는데, 특히 타소에 대해서 아버지는 각별한 애정을 보이셨다. – 37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일이 아들 세대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아버지들의 숙원이다. … 그때까지 우리 아버지 자신의 인생은 상당히 소망대로 이루어졌다. 나더러는 같은 길을 가되 좀 더 편안하게 멀리 가라는 것이었다. – 42
… 되풀이하여 주장하신 바는, 이탈리아부터 보고 나서 딴것을 보면 아무것도 더 즐거운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파리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 44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종교에는 사실 믿음이 필요하지 않다. 생성하고, 질서를 부여하고, 인도하는 위대한 존재가 스스로를 우리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이를테면 자연 뒤에 숨겨져 있다는 확신, 그런 확신은 개인 누구나의 마음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 174
어떤 예술이든 그 지고한 과제는 가상을 통해 보다 격조 높은 현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상을 지나치게 현실화하다가 결국 평범한 현실만이 남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노력이다. – 617
과거의 위대한 작품들이 다시 부상하여 주의를 끌게 된다면, 이런 문학 시대야말로 언제나 복된 것이다. – 689
인간에서 시작해서 감지할 수 있는 한 아주 낮은 존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가 각각의 방식대로 내게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자 했다. 그로 인해서 자연의 개개의 대상들과의 신기한 친화 관계 및 전체와의 친밀한 공명과 공감이 생겼고, … 모든 변화가 전부 나의 심금을 깊이 울렸다. 화가의 시선이 시인의 시선과 결합하게 되었다. – 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