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르, 인떼르나씨오날

바르셀로나 시내를 걷다가 주민에게 바다가 어느 쪽인지 물어보았는데 이 간단한 의사 표현이 무척 힘들었다. 에스파냐 사람들에게 ‘씨’는 바다(sea)가 아니라 ‘예’(sí)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해외까지 날아와 낯선 외국인 아주머니 앞에서 허공에서 헤엄도 치고 손바닥을 세로로 모아서 ‘고기들은 왔다 갔다’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인생이 덧없게 느껴졌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하는 친절한 현지인의 안타까움이 표정과 몸짓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다, 바다…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한국의 파스타 체인점인 ‘일 마레’가 떠올랐다. 에스파냐어는 아니었지만 의사소통에 성공했다.

귀국하는 날 아침, 공항으로 가려고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에어포트’까지는 알아들었는데 국제선 청사로 가달라는 내 말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표현력 부족과 이해력 부족은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할 운명이다. 바르셀로나 공항의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가 아주 멀기 때문에 국내선으로 가면 비행기를 놓칠 게 뻔했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인터내셔널’이란 말만 계속 허공을 떠다니고… 입이 바짝바짝 말라가던 차에 축구 중계에서 자주 들었던 ‘인떼르’와 ‘나씨오날’이란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 그 둘을 합치면? “인떼르나씨오날!” 택시기사는 국제선 청사에 우리를 무사히 떨궈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