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웠다 고흐

영화 <삶의 욕망>(Lust for life)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다룬 영화다. 노란집으로 자신을 찾아온 친구 폴(고갱)을 껴안으며 기뻐하는 빈센트… 이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그가 겪은 외로움, 그가 겪을 외로움 때문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흐 작품전에 다녀왔다. 작품을 본 소감은 한 마디로, ‘두껍다.’ 측면에서 보니 딱딱하게 굳은 유화물감이 울퉁불퉁 덧칠해져 있다. 일필휘지가 아니라 수백 번쯤 고친 듯한 고뇌 어린 흔적. 도판으로 보던 그림이 아니다.

중학교 때 형과 함께 남산에 오른 적 있다. 형은 저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며, 저건 옆으로 누운 사람의 형상이라고 했다. 고흐 그림도 옆에서 보면, 자신의 인생역정 같은 오르락내리락 능선이 보인다.

다음날 매그넘코리아 사진전에 다녀왔다. 사진 작품을 보는 내내 고흐가 떠올랐다. 사진은 평평하다.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가끔 돈 맥클린Don McLean의 노래 ‘빈센트Vincent’를 켜놓고 반복해서 들으며 가사를 느릿느릿 음미한다.

Starry, 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 of amber grain,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별이 빛나는 밤
밝게 타오르듯 활짝 핀 꽃들,
옅은 보랏빛 안개 속에 소용돌이치는 구름,
빈센트의 푸른 눈에 비칩니다
색조를 바꾸는 물감, 곡식 여무는 아침 들판
예술가의 사랑스러운 손길은,
고통으로 주름진 지친 얼굴들을 달래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