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이환 편저, «파스칼», 서울대출판부, 1985.
모든 말을 ‘정의하고’ 모든 명제를 ‘증명하는’ 것으로 성립되는 기하학적 방법은 분명히 논증의 이상적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정의에 앞서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야 할 말들이 있는가 하면, 모든 증명에 앞서 그 자체로서 인정해야 할 명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빈번히 사용하는 시간, 공간, 운동과 같은 개념들은 그대로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입증의 방법이 없다. ‘무한’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 결국, 파스칼의 과학적 사유가 그에게 명백히 보여주는 것은 이 사유의 주체인 이성의 한계이다.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