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시오도스(Ἡσίοδος), 천병희 옮김, «신들의 계보», 숲, 2015(2009).

<신들의 계보>

노래를 헬리콘 산의 무사 여신들로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그분들은 크고 신성한 헬리콘 산을 차지하시고는
검푸른 샘과 크로노스의 강력하신 아드님의
제단 주위에서 사뿐사뿐 춤추신다.

밤을 거니시며 더없이 고운 목소리로 찬미하신다,
아이기스를 가지신 제우스, 아르고스의 여주인이신 헤라와
황금 샌들을 신고 걷는 이,
아이기스를 가지신 제우스의 따님이신 빛나는 눈의 아테네,

어느 날 그분들은 헤시오도스가 신성한 헬리콘 산 기슭에서
양 떼를 치고 있을 때 그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가르쳐주셨다. (1~23)

… 올륌포스의 집들에 사시는 무사 여신들은,
위대한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아홉 딸들인 클레이오,
에우테르페, 탈레이아, 멜포메네,
테릅시코레, 에라토, 폴륌니아,
우라니아, 칼리오페는. 칼리오페는 그분들 모두 중에서
가장 빼어나셨으니, 존경스런 왕들과도 함께하신다.

그분들은 그의 혀 위에 감미로운 이슬을 떨어뜨리시고,
그러면 그의 입에서는 달콤한 말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그가 곧은 판결로 시비를 가릴 때
만백성이 그를 우러러본다.
… 부드러운 말로 설득하여

무사 여신들은 그런 신성한 선물들을 인간에게 주신다. (75~93)

제우스께서는 또 혼자서 빛나는 눈의 아테네를 머리에서 낳으시니,
전투를 불러일으키고 군대를 인솔하는,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이 존경스런 여신에게는 함성과 전쟁과 전투가 마음에 들었다.
한편 화가 난 헤라는 남편과 다투고는
사랑으로 교합하지 않고도 이름난 헤파이스토스를 낳으니,
그는 우라노스의 모든 자손들 중에서도 가장 손재주가 뛰어나다. (924~929)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는 그분과 사랑으로 교합하여
당당한 아들을, 많은 즐거움을 주는 디오뉘소스를 낳아주었으니,
필멸의 여인이 불사의 아들을 낳은 것이다. (940~942)


<일과 날>

전에 인간의 종족은 지상에서 재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힘겨운 노고도 없이, 인간들에게
죽음의 운명을 가져다주는 병도 모르고 살았으니 말이오.

그러나 여자가 두 손으로 항아리의 큰 뚜껑을 들어 올려 그런 것들을
모두 내보내니, 인간들에게 그녀는 큰 근심을 안겨주었던 것이오.
오직 희망만이 거길 부술 수 없는 집 안에,
항아리의 가장자리 아래 남고 밖으로 날아가지 않았는데,
그러기 전에 여자가 항아리의 뚜껑을 도로 놓았기 때문이오. (9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