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천병희 옮김, «아이네이스», 숲, 2020(2007).
무사 여신이여, …
… 그토록 많은 시련과 그토록 많은 고난을
더없이 경건한 남자로 하여금 겪게 앴는지 말씀해주소서! (제1권, 8~10)
…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욕한
파리스의 심판을 뼛속 깊이 기억하며 트로이야의 종족을 미워했고
… 그녀는…
얼마 안 되는 트로이야인들을 온 바다 위로 내동댕이쳐
라티움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했고, 이들은 운명에 쫓겨
여러 해 동안 이 바다에서 저 바다로 모든 바다를 떠돌아다녔다.
로마 민족을 창건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과업이었다. (26~33)
이곳에서 헥토르의 종족이 꼬박 삼백 년 동안 다스리게 되리라.
그러다가 여왕이자 여사제인 일리아가 마르스에 의해
잉태하여 마침내 쌍둥이 아들을 낳게 되리라.
… 로물루스가 가계를 이어 마보르스의 성벽을 쌓고
백성들을 제 이름에서 따와 로마인들이라 부르게 되리라. (272~277)
음모에 의해서든 결국 트로이야의 운명이 그렇게 정해졌기 때문이든
그것을 성벽 안으로 끌고 가 성채 위에 안치하자고 재촉했습니다. (제2권, 33~34)
제비로 넵투누스의 사제로 뽑힌 라오코온이 신성한 제단에
큰 황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그때 뱀 한 쌍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뱀들은 곧장 라오코온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먼저 각각 그의 두 아들의 작은 몸통을
친친 감고는 가련한 그들의 사지를 뜯어먹었습니다.
그로고 나서 그것들은 무기를 들고 구하러 온 라오코온을
붙잡더니 거대한 똬리를 틀며 감기 시작했습니다. (201~217)
싸움에 진 자들의 유일한 구원은 어떤 구원도 바라지 않는 것이오.’
그리하여 젊은이들의 용기에 광기가 더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새끼들이 집에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거나 말거나
미칠 듯한 허기에 내몰려 맹목적으로 먹이를 찾아 새카만 안개 속을
헤매는 약탈자 늑대처럼, 무구들과 적군을 헤치고
확실한 죽음 속으로 뛰어들어… (354~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