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견식,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사이드웨이, 2020.
통역은 통통 튀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반면 번역은 구김살 없이 번번한 글이 나오도록 ‘다리고’, 진한 글이 나올 때까지 ‘달이고’, 마감까지 꾸준하게 ‘달리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 28
어원을 캐다 보면 상반되는 뜻이 같아지는 낱말도 나오고, 같은 뜻이 달라지는 낱말도 나온다. 어원 공부가 특히나 재밌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30여 년 전, 『웹스터 뉴월드 사전 Webster’s New World Dictionary』를 뒤적이다가 ‘검정’을 뜻하는 영어 ‘블랙 black’과 ‘하양’을 뜻하는 프랑스어 ‘블랑 blanc’이 뿌리가 같음을 알았을 때 느낀 경이로움은 잊기 힘들다.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