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더비셔(John Derbyshire), 박병철 옮김, «리만 가설 – 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 승산, 2022(2006).
원제: Prime Obsession: Bernhard Riemann and the Greatest Unsolved Problem in Mathematics(2004)
주변 사람들의 눈에 비친 리만은 우울하고 슬픔에 찬 모습이 대부분이었으나, 사실 그의 내면은 위대한 천재성과 대담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 53
가우스… 그는 야망이나 출세욕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었다. … 그가 사용하던 개인 인장은 열매가 아주 조금 달려 있는 나무 모양이었는데, 그것은 ‘양은 적지만 잘 무르익은’(Pauca sed matura)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 84
오일러는 … 칭얼대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역사적인 수학 정리를 증명하는 것은 그의 일상사나 다름없었다. … 계산적인 처세술과 완전히 담을 쌓고 지냈으므로 오일러의 인간관계는 둘 중 한 사람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솔직하게 대했고, 조용한 삶을 누릴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뜻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이었다. – 97
디리클레는 풍부한 교재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강의를 이끌었다. 물론 그는 달변가는 아니었지만 총명한 눈빛과 정곡을 찌르는 설명에 압도된 학생들은 그의 어눌한 말투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 139
말수 적기로 유명했던 가우스가 “도저히 박사 학위논문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충실하고 값진 논문”이라고 평을 했으니, 리만의 학위논문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172
리만의 시범 강의는 1854년 6월 10일에 괴팅겐의 교수들 앞에서 신중하게 진행되었다. … 이 논문에 등장하는 아이디어는 수준이 너무 높아서 다른 수학자들이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십여 년이 걸렸고, 아 아이디어를 아인슈타인이 차용하여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할 때까지는 무려 60년의 세월이 더 흘러야 했다. … 아인슈타인은 … 4차원 시공간이 질량에 의해 휘어져 있다는 새로운 공간 개념을 창시하였다. – 181
“리만은… 모든 것을 해석적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해석적’이란, 수와 함수, 공간 등을 무한소로 잘게 분해하여 극한과 연속, 그리고 매끈함의 개념으로 이해했다는 뜻이다. – 184
리만의 시범 강의는 물론 수학을 주제로 한 것이었지만, 거기에는 수학 못지않게 철학적인 내용도 가미되어 있었다. 그가 시범 강의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공간의 특성이었는데, 사실 그 무렵 대부분의 수학과 교수들은 70년 전에 발표된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영향을 받아, 3차원의 공간을 이미 고정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즉, 공간이란 원래부터 존재하는 자연의 무대로서 두 점을 잇는 최단 거리는 직선이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 가 되는 등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완벽하게 맞아 들어가는 ‘평평한’ 객체였던 것이다. – 184
1830년대에 등장한 로바체프스키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당시의 관점에서 볼 때 거의 ‘이단적인’ 기하학이었다. 그리고 리만의 논문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고전적 개념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리만이 자신의 논문을 세상에 공개하기 전에 수학 전문가들 앞에서 강의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가우스도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연구한 적이 있었지만, 그 역시 세상에 공개하기를 꺼렸다. 그 무렵 가우스가 친구에게 쓴 편지에 의하면 “멍청한 수학자들의 반발에 일일이 상대하기 싫어서” 발표를 보류했다고 한다. – 184
한스 프로이덴탈은 <과학 전기 사전>에서 리만의 철학적 성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리만은 수학 역사상 가장 이해력이 뛰어나고 상상력이 풍부한 수학자였다. 또한 그는 철학자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학자이기도 했다. 만일 만이 조금 더 오래 살면서 일을 계속했다면 철학자들은 그를 완전한 동료로 간주했을 것이다. 이 말의 진위 여부를 판정할 만한 능력은 나에게 없다. 그러나 프로이덴탈이 쓴 다른 구절에는 100% 동감한다 – “리만은 철학 서적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서 최고로 난해한 독일어를 구사하였다. 독일어를 완전히 습득하지 않은 사람은 리만의 논문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185
베른하르트 리만은 다분히 직관적인 수학자였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수학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성향을 갖고 있다. 논리적 성향과 직관적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훌륭한 수학자들은 두 가지 성향을다 갖고 있지만, 흔히 둘 중 한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한다. 극단적으로논리적인 수학자로는 19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독일의 카를 바이어슈트라스Karl Weierstrass(1815~1897)를 들 수 있다. 그가 펼치는 모든 논리는 이전 단계에서 확보된 증명을 토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논문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암벽등반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푸앵카레의 주장에 의하면 바이어슈트라스가 쓴 책에는 다이어그램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단 한 번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엄밀한 논리와 철저한 증명, 그리고 직관에 호소하지 않는 그의 단호함은 논리적인 수학자의 표상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리만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수학자였다. 바이어슈트라스가 철저한 논리로 모든 단계를 거쳐 가는 암벽등반가였다면, 리만은 확신에 찬 믿음으로 자신의 몸을 허공에 내던지는 곡예사에 가까웠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곡예사의 아찔한 묘기에 가슴을 졸이지만, 이 못 말리는 수학의곡예사는 허공의 정점에 도달할 때마다 자신의 몸을 받아 줄 도구를 기적같이 찾아내곤 했다. – 210
** 책 읽으며 찾은 오탈자 등 자잘한 교정 사항: (정리 끝나면 출판사 편집부에 전달 예정, 책이 좋을 때만 이 번거로운 일을 함.)
136쪽 2행: 볼리아이 => 보여이
225쪽 5행: Juive => (소문자로) => juive
225쪽 6행: Palore => Parole
228쪽 아래서 7행: 할베르트 => 힐베르트
264쪽 아래서 9행: 조지 폴리아 => 포여 죄르지(Pólya György)
314쪽 5행: (jeu de paume라고도 한다) => (죄드폼Jeu de paume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