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지 않고 속을 보는 법

이사하면서 에어컨을 샀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면 정부에서 10% 환급을 해주는데,
반드시 박스를 뜯어서 제품에 붙은 시리얼넘버 스티커를 촬영해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에어컨을 싸게 사느라 이사가 한참 남은 시점에 미리 배송받았고,
이사 가서 설치를 해야 하므로 이사 전에 포장을 미리 뜯어볼 수가 없어 난감했다.
배달온 기사님이 내 고민을 듣고선 커터칼을 들고 눈대중을 하더니
박스의 어느 한 부분을 가로 10센티 세로 10센티 정도로 ㄷ자로 잘랐다.
“자, 찍으세요.”
경첩처럼 열린 부분 안으로 신기하게도 시리얼넘버 스티커가 딱 보였다.
촬영후 테이프로 다시 밀봉했다. 전문가들은 열지 않고도 속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