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이환 옮김, «팡세», 민음사, 2003.

신을 찾는 자들은 신을 보게 되리라고 성서가 여러 곳에서 말할 때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빛을 말할 때 그것은 <한낮의 빛과 같은> 것은 아니다. 대낮에 빛을 찾고 바다에서 물을 찾는 자가 그것들을 발견하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렇듯, 신의 증명은 자연 속에서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성서는 다른 곳에서 말하기를, Vere tu es Deus absconditus. (참으로 당신은 숨어 계시는 하느님이시다) – 48

사람들은 지나가는 마을에서는 굳이 존경을 받으려고 마음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잠시라도 머물러야 할 때는 그렇게 되려고 마음을 쓴다. 얼마 동안이나? 헛되고 연약한 우리의 체류에 알맞는 한동안. – 53

인간의 헛됨을 완전히 알고 싶은 사람은 사랑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그 원인은 이른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고 그 결과는 끔찍하다.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하찮은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온 땅과 군대와 전세계를 뒤흔든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만약 좀더 낮았더라면 지상의 모든 표면은 달라졌을 것이다.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