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그리스 신화의 9자매 여신 무사(뮤즈)
음악이나 시 창작에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 여겨지는 ‘뮤즈’(Muse)의 어원은, 그리스어 ‘무사’(Μουσα, 복수형은 무사이(Μουσαι))인데, 예술이나 학술 등을 관장하는 신들을 가리킨다. 헤시오도스가 지은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최고신인 제우스와 기억의 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모든 지적인 창작물은 ‘기억’에서 나온 것.
“헤시오도스는 신성한 헬리콘 산기슭에서 양 떼를 치고 있었다.” – 강유원, <에로스를 찾아서>, 라티오.
헬리콘 산은 무사 여신들이 사는 곳이다. 고대의 문헌이나 고대의 맥락을 표현한 글에 ‘헬리콘 산’이라는 구절이 나오면 거의 다 무사 여신들의 등장을 예고하거나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영어 단어 ‘뮤지엄’의 어원은 그리스어 ‘무세이온’(Μουσεῖον)인데 ‘무사 여신들의 자리(거처)’라는 뜻이다.
인간의 여러 창작과 지적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는 9자매 무사 여신들은 시를 비롯한 문학 작품들에, 그리고 인문학 저술 전반에 두루 나타난다. 외워두면 효율적인 독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 완벽하게 외우기는 힘들지만, 완벽하게 외우려 하기보다는, 조금씩 친숙해진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그러면 설령 다 외우지 못해도 오늘 익힌 분위기 만으로도, 무사가 등장하는 인문학 구절이 반갑게 느껴지고, 또 쉽게 읽힐 것이다.
연습해보자. ‘칼클에우 멜탈 우에폴테’(4-2-4)로 외우면 된다.
이렇게 끊어서 낭송하면 외우기 좋다.
칼클에우(칼끝에)
멜탈(메탈, 금속)
우에폴테(위에 등산용/스키 폴대)
여기서, 무사 여신들 이름을 바로 대응시키지 말고, 앞글자 9자를 20번 정도 반복하는 것을 권한다. 그러면 칼 끝에 메탈 재질로 마감이 돼있고, 그 위에 등산용/스키 폴대가 붙어있는 괴상한 장면이 생각날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연상 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충분히 연습하여 익숙해지면 ‘칼클에 멜탈 우에폴테’가 바로 떠오른다. 이 9자를 외웠다면 그다음에 관장하는 영역을 차분하게 연결지어보면 된다.
칼리오페(서사시) 클레이오(역사) 에우테르페(서정시)
멜포메네(비극) 탈레이아(희극)
우라니아(천문) 에라토(독창) 폴륌니아(찬가) 테릅시코레(합창과 가무)
칼클에우 / 멜탈 / 우에폴테 (칼끝에 메탈 위에 폴대)
칼리오페 / 클레이오 / 에우테르페
멜포메네 / 탈레이아
우라니아 / 에라토 / 폴륌니아 / 테릅시코레
독해력이란 친숙함의 다른 이름이다. 명칭을 완벽히 알진 못해도 이제 책을 읽다가 무사 여신들이 등장하는 구절이 나오면 ‘무사 여신이구나!’ 하고 반가운 맘이 들 것이다. 그러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독서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유치한 방법으로 외워본 진짜 이유다. 앞글자 따서 외우는 건 일부러 해야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저절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