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억의 결정판, 방어운전

방어운전의 최종 판단은 ‘양보’ 또는 ‘매너’라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그렇지만 양보와 매너가 방어운전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어제밤 다른 지방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이패스 진입로와 현금결제 진입로 사이에 서 있는 트럭을 100미터 뒤에서 보고 빠아앙- 하고 오랫동안 크게 경적을 울렸다. 트럭은 경적음을 듣더니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아내가 옆에서 왜 그렇게 과하게 경적을 울리냐고 채근했지만 그렇게 안 하면 추돌 사고가 생길 것 같아서 그랬다. 자기가 가려던 통로로 진입을 못한 차량이 요금소 통로에서 그렇게 서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기서 배려를 한다고 우리도 멈추면 내 뒤차는 위험에 대처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방어운전은 적어도 한치 앞, 되도록 두치 앞까지 미리 보려는 노력으로서, 과거와 현재를 종합적 판단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능력이다. 운전자인 나의 현재 상태, 도로와 교통 조건, 주변 자동차들의 상황, 잠시 뒤에 펼쳐질 수 있는 위험 예측…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순간적으로 통합한 다음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종합 예술이 방어운전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돌발상황과 우연한 일이 일어나면 뜻밖의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경험치가 또 쌓이면 다음 번에는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렇게 방어운전 능력은 계속 향상된다. 암기력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기억이 필요한 심신의 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