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원래 뜻은 ‘꼬마 군주’

Prince는 원래 작은 영토를 다스리는 ‘자치 군주’를 뜻했습니다. 왕에게서 자치권을 부여받은 공국의 통치자입니다. 그런데 중세에 왕의 아들들이 작은 공국들을 다스렸기 때문에 “공 = 왕의 자제”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잉글랜드가 정복한 이후) 영국에서는 왕세자에게 ‘웨일즈 공’(Prince of Wales)이라는 작위가 수여되었습니다.

생텍쥐페리 작품 [르 쁘띠 프항스]를 보면, 소년은 B-612라는 아주 작은 행성의 유일한 거주자이자 꽃과 화산을 모두 관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왕자라면 왕에 대한 언급이 있을 법도 한데 전혀 안 나오죠. 왕자가 아니라 스스로 홀로 자기 행성을 돌보고 다스리는 주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쁘띠’(Petit)는 ‘어리다’는 뜻인데, 중의적으로는 행성이 ‘조그마하다’란 뜻도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 행성의 어린 군주”라는 뜻을 그대로 직역하면 독자들에게는 너무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번역자가 “어린 왕자”라는 좀 더 대중적으로 무난한 표현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른들이 어린 사내아이를 보며 ‘우리 왕자님은…’이라고 부를 때의 어감이나 뜻과 매우 비슷하죠. 한중일 번역 제목 모두 ‘왕자’를 사용했습니다. 일본어 제목 중에는 “별의 왕자님”도 있고요.

<어린 왕자> 번역서 제목을 “꼬마 군주”라고 바꾸자는 말은 아닙니다. “어린 왕자”는 제 역할 이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Prince 본래 뜻을 알면 더 좋다는 말이지요.

** 참조: https://youtube.com/shorts/_B_0lh3nb_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