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의 재해석

일평생이 아니라 단 ‘하루’로 좁혀 보겠습니다. 하루공부에는 좋은 때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하루 중에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간대가 각자 다를 텐데요, 저는 오랜 경험상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서 조금 지난 오전 8시반부터 11시반까지 두뇌 활동이 가장 왕성해진다는 점을 잘 압니다.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가장 어려운 공부를 집중하여 합니다. 어려운 철학 용어, 난해한 물리 현상과 원리, 추상적인 수학 개념… 이 시간에 쉬운 공부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은 엄청난 효율 낭비입니다. 이 황금시간에 책상이나 서랍 정리를 하면 절대 안 됩니다!!

3시간을 초집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점심을 먹으며 조금 쉽니다. 오후에는 난이도를 한 단계 낮춥니다. 초집중하지 않고서도 호기심만 있으면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는 조금 쉬운 개념들을 공부합니다. 조금 더 쉬운 인문학 책, 조금 더 쉬운 물리 이론, 조금 더 쉬운 수학 문제들…

4시 정도 되면 조금 지치는데요, 쉬엄쉬엄 하기 위해 암기를 합니다. 연상기억법, 머릿글자 기억법 등을 사용하면 주요 학자들의 풀네임, 생몰연대라든지 주요 저서 집필 시기, 역사 연대, 새로 익힌 개념/용어들, 특정 사건의 지리 정보… 등을 컴퓨터나 노트가 아닌 제 머릿속에 저장해둘 수 있어요.

외우고 있는 디테일한 정보가 많아야 판서를 하거나 해설을 할 때 중요한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어요.

저녁을 먹고 슬슬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집중하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외국어 공부를 합니다. 철학/물리/수학 등은 지친 상태에서 절대 익힐 수 없지만 언어는 좀 지친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헬라어,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등을 노트에 적어보면서 새 단어들을 알아가면 재미있습니다. 글씨 연습도 합니다. 글씨 연습용으로는 한자와 히라가나가 좋더군요.

밤이 되어 심신의 컨디션이 더 저하되면, 이제 동영상 강의나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쉽니다. 이때 공부와 연구에 필요한 좋은 아이디어들을 얻습니다.

기진맥진하여 더 이상 책상에 앉아있기가 힘들면, 누워서 명상이나 사고실험을 합니다. 오늘 새로 알게 된 지식과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상상 속에서 서로 이어보기도 합니다. 오늘 암기한 내용을 복기합니다.

아침에 깨면 신기하게도 어제 잠들기 전에 복기했던 암기 사항들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오늘 새로운 공부의 밑천이 돼줄 겁니다.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며 오늘 해야 할 공부를 구상합니다.

하루 공부에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때가 있습니다. 심신의 상태가 가장 좋은 자신만의 황금시간대를 찾는 것이 필요하고, 그 귀한 황금시간대에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하루종일 공부만 할 수 있는 하루를 기준으로 적어본 것이고요, 생업에 종사해야 하기 때문에 황금시간대에 대부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훨씬 일반적이지요.

하루에 2시간 정도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시간대에 두뇌를 좋은 상태로 만들어두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TV, 영상, SNS, 음주, 각종 사교활동… 등 다른 시간들을 조금 줄이면 아무리 바빠도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저는 (비수기인) 겨울방학이라 (수입이 줄어 걱정이지만 반면에) 온종일 공부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이제 하루공부를 평생공부로 다시 확장해보겠습니다.

청소년 시절을 공부의 황금기로 보낸 다음 20대부터는 슬슬 공부에서 손을 놓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여 평소에 하고 싶었던 진짜 공부에 매진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하는 즐거움에 눈을 뜨기도 하고 성과를 내거나 참신한 발견을 하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찬란한 과학적 성과를 이루던 때는 하루종일 특허청 직원으로 일하면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밤에 물리학 연구를 하던 시절입니다.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 핑계라는 점을 잘 입증해주셨죠. 어떤 이들은 40대에, 어떤 이들은 60대 70대에 공부의 참맛을 느끼기도 합니다. 인생의 경험이 많을수록 공부는 훨씬 더 재미있어집니다.

평생 공부에는 때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하면 됩니다. 두뇌활동은 나이를 먹는다고 퇴화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안 하면 퇴화합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보다 요즘에 기억 능력이 훨씬 좋습니다. 어릴 때보다 이해하고 암기하는 요령도 훨씬 늘었고요. 공부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적용됩니다. 열심히 할수록 지식은 더 빠르게 성장하죠.

하루 중에 공부하기 좋은 때는 있습니다. 그 좋은 때는 자기 자신만이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