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승계호(T. K. Seung), 김주성 등 옮김, «직관과 구성», 나남, 1999.

소피스트는 규범문제와 서술문제를 구별하면서 인간에게 유용한 현실문제인 서술문제만 부각했다. 공리주의에 이르기까지 이런 규범상대주의가 세상을 휩쓸었다. 플라톤 따르면, 서로다른 인습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초월적인 규범기준이 있다. 플라톤주의야말로 감정윤리론, 인습주의, 상대주의, 실재주의, 그리고 허무주의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원숙기 플라톤의 저작인 <<법전>> 노령기의 졸작으로 알려져 대체로 서구철학계에서 거들떠보지 않은 반면에 미숙기 작품인 <<공화국>>이 주저로 찬양돼온 것이 플라톤 철학의 겪은 불행이다. <<공화국>>과 <<법전>> 사이에는 드넓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로 초월적인 규범기준이 있다는 주장이고, 둘째로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기에 제일 중요한 것이 정치공동체라는 주장이다. 규범플라톤주의를 이해하는 두 시각이 있는데, 하나는 마천루론이고 다른 하나는 암반론이다. 마천루론은 규범규율과 규범척도로 장식된 완전체계를 가리킨다. 암반론이 그려놓는 플라톤의 천상세계는 그렇듯 풍성하지 않고, 다만 기본적인 규범이상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기본적인 직관관념이 없으면 수긍할 만한 어떤 구성작업도 불가능하다. 현실도덕을 구축하려 해도 마찬가지로 이와같은 기본관념들이 없어서는 안 된다. 구성주의와 직관주의는 상호의존해야 한다. 롤즈의 원초상황에서 길을 떠나 마지막에는 플라톤의 천상세계로 올라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