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Σοφοκλῆς), 천병희 옮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숲, 2016(2008).

<오이디푸스 왕>

1520~1530
코로스: 내 조국 테바이 주민들이여, 보시오. 저분이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는 더없이 권세가 컸던 오이디푸스요.
어느 시민이 그의 행운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았던가!
보시오, 그런 그가 얼마나 무서운 불운의 풍파에 휩쓸렸는지!
그러니 항상 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기를 지켜보며 기다리되,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안티고네>

90~95
안티고네: 힘에 부치면 그만두는 거야. 하지만 그전에는 그만두지 않아.
이스메네: 안 될 일은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죠.

95~100
이스메네: 언니 뜻이 정 그렇다면 가세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비록 언니가 길을 잘못 가고 있지만
친구들은 진심으로 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각각 다른 방향으로 퇴장)

180~185
…누구든 조국보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자 역시 나는 경멸하오.
… 조국이 무사 항해해야만
우리가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기 때문이오.

455~465
나는 한 인간의 의지가 두려워 그 불문율들을
어김으로써 신들 앞에서 벌 받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어요.

이런 운명을 맞는다는 것은 내게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요. 내 어머니의 아들이 묻히지 못한
시신으로 밖에 누워 있도록 버려두었다면 내게
고통이 되었을 거예요. 내게 이것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요.

550~555
이스메네: 어떻게 해야 내가 지금 언니를 도울 수 있을까요?
안티고네: 너 자신부터 구하렴. 네가 회피해도 나는 원망하지 않아.
이스메네: 아아, 가련한 내 신세. 언니와 운명을 같이할 수 없다니!
안티고네: 너는 살기를 택했고, 나는 죽기를 택했지.

720~730
코로스장: 왕이시여, 그의 말이 적절하다면 그대는 그에게 배워야 하오.
크레온: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애송이한테
사리를 배워야 한단 말이오?
하이몬: 옳지 않은 것은 배우지 마세요. 제가 아직
젊다면 제 나이가 아니라 제 행위를 보세요.

805~810
안티고네: 나를 보세요, 내 조국의 동포들이여,
나는 마지막 길을 가며
마지막 햇빛을 보고 있어요.
나는 이제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겠지요.

1345~1350
코로스: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이라네.
그리고 신들에 대한 경의는
모독되어서는 안 되는 법.
오만한 자들의 큰소리는 그 벌로
큰 타격을 받게 되어,
늘그막에 지혜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