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진석용 옮김, «리바이어던1», 나남, 2008.

대상으로부터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혐오’는 공포라고 한다. 저항하면 그 해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혐오’는 용기라고 한다. 돌연한 ‘용기’는 분노라고 한다. 변함없는 ‘희망’은 자신이라고 한다. 변함없는 ‘절망’은 자신없음이라고 한다. – 82쪽

인간은 경쟁 때문에 이익확보를 위한 약탈자가 되고, 불신 때문에 안전보장을 위한 침략자가 되고, 공명심 때문에 명예수호를 위한 공격자가 되는 것이다. 첫째는 타인과 그들의 처자권속 및 가축들을 지배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방어를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며, 셋째는 한마디 말, 혹은 단 한 번의 웃음, 혹은 의견의 차이 등, 자신의 신상이나 자신의 친척, 친구, 민족, 직업, 가문에 대해 얕잡아보는 사소한 표현들 때문에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즉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싸움 혹은 전투행위의 유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란 시간에 관한 개념으로서 일정한 기간에 걸쳐 전투와 의지가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 기간 동안은 전쟁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날씨를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두 번의 소나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비가 오락가락 할 경우 일기가 불순하다고 말한다. – 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