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빠질 자격
<<유럽문화사>>(뿌리와이파리) 3권 348쪽에는 1895년에 뤼미에르 형제가 선보인 <열차의 도착> 상영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움직이는 영상을 처음 본 관객들이 자기들을 향해 달려오는 기차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했다는 이야기는 후대 사람들이 지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내가 거기 앉아있었다면 분명 놀라자빠졌을 것 같다.
내 영화 인생에서 굴욕적인 사건이 하나 있는데, 3D 상영관에서 <아바타>를 보면서 내쪽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한 일이다. 이만하면 나자빠질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