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명과학 연구자 김우재

김우재님은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이중나선의 꿈

연구 분야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실험실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우선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전세계 인구의 2%가 감염되어 있는 바이러스로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보다 잠재적으로 더 위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바이러스 연구의 목표입니다.

번역과정 자체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저는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정의하는 것은 힘든 일이고 그 누구도 완벽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그 질문을 이렇게 바꿔 던져볼 수는 있습니다. 생명과 비생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생명체로 분류되지 않는 바이러스와 인간을 비롯한 유기생명체들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번역시스템의 유무입니다.

리보솜 ribosome에서 RNA가 단백질로 번역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생명기계들이 바이러스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 복제 능력을 가지고 생명을 정의하는 경우 바이러스는 생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이기적 유전자론을 주장하는 도킨스와 같은 학자는 이런 생명관을 가지고 있겠지요. 하지만 하드웨어 없는 컴퓨터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번역기구 없는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번역과정에 관한 연구로부터 위와 같은 생명관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철학적인 물음은 위의 답변속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명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해 현재까지의 제 입장을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생명이란 속임수와 같다'라는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잠시 자연을 속이는 행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깊이 들어가면 매우 복잡해 집니다. 이쯤에서 그만두지요. ^^

홈페이지를 만든 계기, 그간의 대소사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97년 무렵에 복학을 하게 되었고 당시 인터넷이 막 퍼지던 시기였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많던 진화론과 동물행동학을 비롯해서 생명과학을 다루는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유명한 집단유전학자인 도브잔스키는 '진화의 불빛에 비추어보지 않고서는 생물학의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진화라는 현상은 생물학자들에게는 엔트로피의 법칙만큼이나 중요한 연구의 핵심 개념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한 종교의 종파에서 자신들의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학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맞상대를 해주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사람들에 대한 애처로움도 생기고, 그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들을 안티하는 사람들도 그리 좋은 진영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매우 평온하지만 단호한 마음가짐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홍세화씨의 말처럼 '똘레랑스는 칼'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사라졌지만 다른 곳에서 더욱 진지한 과학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인터넷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제 홈페이지에는 생명을 이해하고 이를 탐구하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가 제가 링크해놓은 사이트로 들어와 대화에 참여하고 우리나라에 하나의 학풍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 홈페이지의 철학이라면 철학입니다. 인터넷은 또 하나의 생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이용해 항상성을 유지해 나가고 자신을 복제하는 유기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키라는 공동편집 시스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본 적도 있습니다. 노스모크에서 제 흔적을 많이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위키가 가진 수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제 지식을 조직화하고 몇가지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현재는 일반 게시판을 변형한 형태의 웹사이트에서 주로 지내고 있습니다. 바로 “과학과 철학”이라는 곳입니다. 인터넷은 매우 역동적임에는 틀림없지만 무게를 느끼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현실과는 다르게 심리적 요인들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잘 모르기에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몇몇 지인들과 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중나선의 꿈' 에는 어떤 뜻이 담긴 것인가요.

DNA가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중나선은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고문서입니다. 꿈이라는 말은 두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Dream과 Hope라는 의미로 해석되죠. 후자의 의미가 강하긴 하지만 전자의 의미로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DNA가 꾸는 꿈은 무엇일지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중나선이 꾸는 꿈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생명이란 속임수가 되는군요! ^^

'진화'에 관해서 말씀해주세요. 진화가 담고 있는 의미, 의의. 기술의 발전도 진화라고 보아야 할까요? 웹 혹은 인터넷이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요?

진화란 변화를 의미합니다. Evolution이라는 말이 중국에서 번역되면서 진보를 의미하는 進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진화를 진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진화의 주요기제 중 하나인 자연선택은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눈먼 시계공입니다. 만약 기술의 발전이 진보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면 그것은 진보이지 진화가 아닙니다. 인터넷이 발전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즉 하나의 목표를 향해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화가 아닙니다. 다만 인터넷은 진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목적을 발견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공각기동대 인형사의 말처럼 '네트는 광대'하고 또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인터넷은 진화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굴드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진화란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이다."

링크 모음에 관련 사이트가 많던데 즐넷 독자에게 그중 몇 개를 추천해 주세요. 연구자가 아닌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요.

현재 제가 대화라는 메뉴에 링크해 놓은 사이트에서 저와 대화하실 수 있습니다. 자연주의자들의 모임인 "한국 브라이트 넷“과 위에서 소개한 “과학과 철학”입니다. 이 두 사이트는 생명과학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과학과 철학, 종교와 문화, 사회와 교육 모든 분야를 다룹니다.

생물학자가 되려는, 생명과학을 공부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합니다.

생명과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제 다양한 분과의 학문들이 모두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로 모여 학제간 연구의 성격이 강한 만큼 다른 분야의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대화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생명과학을 연구한다 해도 좋은 과학자가 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생물학자는 남들보다 더 열려있는 유기체여야 합니다.

그 외에 하고 싶은 말씀.

모든 과학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과학과 철학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학문에 열정과 관심을 가진 과학자는 그 학문이 걸어온 역사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무관심 할 수 없습니다. 과학자는 실험실에 파묻혀 세상과 담쌓은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 과학자의 이미지에서 빠져 나오시기를 바랍니다. 제 사이트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이런 사실을 깨닫고 이제 과학이 막 정착하려는 대한민국에서 과학을 과학답게 만들기 위해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덧붙임 : 이 글은 웹진 "즐넷"에 실릴 인터뷰 기사였으나 수록되지 못한 것이다. 바쁜 시간을 내어 인터뷰해주신 김우재님께 죄송하다. 미안함을 전하긴 했으나 마음의 빚이 되었다. 빚을 갚을 기회가 있으리라.


글 :: 리드미 (05/21/2005) | 첫 화면 | 의견 교환은 다이다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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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담아두실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이렇게까지... ^^;;

제가 봐도 참으로 성의없는 인터뷰입니다. 이제 구라는 그만 치고 열심히 노가다나 해야할까 봅니다.

김우재 :: 05/24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