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연과 약속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가 살림지식총서에 올랐을 때 기분이 무척 좋았다. 파주 교하에 살 때였는데 교하도서관이나 파주중앙도서관에 갈 때면 백 권 넘는 시리즈가 나란히 꽂힌 총서 분야 서가에서 그 한 자리를 차지한 내 책을 보는 게 참 행복했다. 시리즈가 지금은 500권도 넘는다.
편집자 최진 팀장과 이 책을 함께 만들었는데, 마음이 너무 잘 맞아서 즐겁게 작업을 했다. 그리고 책이 나온 다음에 뒤풀이 자리에서 언젠가 더 멋진 책을 함께 만들자고 약속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그 약속이 언젠가 실현될 거라는 믿음은 변한 적이 없다. 편집자 님이 싫다고만 하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하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2013년에 책이 나온 뒤로 시간이 훌쩍 지났고 편집자 님도 다른 출판사로 직장을 옮겼다.
2021년 어느 여름날 편집자 님에게 원고 기획안을 상의하려고 연락을 했는데, 다른 편집자 한 분을 데리고 내가 사는 남양주 별내까지 오셨다. 기획안 얘기를 잠깐 나눈 다음, 자유롭게 이런저런 근황들을 나누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과학 공부의 재미에 빠진 일상에 관해서도 얘기하게 되었다.
BBC에서 제작한 다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수학과 물리학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2018년경에 강유원 박사님이 추천해주신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가 과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그동안 읽은 책 이야기, 요즘 기술 동향… 등 이야기를 하는 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며 같이 오신 편집자 님도 재미있다고 맞장구를 쳐주셨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기획안은 일단 보류되고 ‘쉽고 재미있는 과학 공부 이야기’라는 새 기획이 그 자리에서 만들어졌다. 한동안 셋이 종종 서울에서 만나 함께 기획 회의를 했는데, 과학 에세이라는 분야에 더 적합한 이수동 팀장님이 담당 편집자가 되었다. 이수동 팀장과도 마음이 참 잘 맞았다. 내게 늘 용기를 불어넣어주었고 원고의 부족한 부분을 잘 지적해주었다. 원고 완성도가 점점 높아졌다.
2년 전 카페에서의 가벼운 수다에서 시작한 그 원고가 곧 책으로 나온다. 이수동 팀장님과 같은 사무실에 있으니 나보다 먼저 책을 보게 되겠지만, 책이 나오면 처음으로 감사드릴 분은 최진 님이다. 인사말은 오래전에 써두었다. “우리 10년 전에 약속했던 것 기억나죠? 마침내 약속을 지켰네요.”